스타리그 뉴스

14일,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열린 박카스 스타리그 2009 4강 2회차에서 ‘폭군’ 이제동(화승)이 정명훈(SK텔레콤)을 3대1로 꺾고 2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다음은 이제동과의 일문일답

- 2회 연속 결승 진출 소감
▲ 오늘 현장에 관객 분들이 많이 오셔서 더 이기고 싶었다. 프로리그에서는 패배를 했지만 개인리그에서는 내가 한 수 위라는 것을 오늘 보여주고 싶었다. 독기를 품고 연습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뿌듯하고 이제 골든 마우스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 연습이 충분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 준비를 많이 하지는 못했다. 프로리그 끝나고 너무 지쳐서 휴식을 취하느라 시간이 부족했다. 게다가 어제 MSL 경기도 같이 해야 해서 평소보다 준비를 많이 하지 못했는데 전략에 대한 생각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 어제 바투 스타리그에서 우승하던 시절의 VOD를 보면서 우승에 대한 의지를 키웠다. 주위에서 팀원들도 프로리그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으니 개인리그에서 반드시 복수하라고 응원해줬다. 옆에서 도와준 팀원들과 감독님 코치님께 감사 드린다.

- 프로리그 결승전 패배의 충격이 컸을 것 같은데
▲ 패배를 당하고 나서 며칠 동안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밤에 잠도 못 잘 정도로 그날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진심 어린 격려를 많이 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힘을 다시 낼 수 있었다. 그리고 팬 여러분들께서 팬 사이트에 응원 글을 많이 남겨주셨는데 그 덕분에 이렇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 MSL 4강전 패배도 아쉬울 것 같다.
▲ 어제 경기에서 지고 나서 (김)윤환이가 준비를 잘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완패다. 1경기도 윤환이가 실수를 해서 진 것이지 내가 잘해서 이긴 것이 아니다. 이기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어제 경기는 준비를 완벽하게 하지 못해서 내가 이겨도 크게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오늘 3경기에서 4드론 저글링 러시를 시도했는데
▲ 이제동으로 흥 한자 이제동으로 망한다고 하는 글을 커뮤니티에서 봤는데 그것을 보고 나니 이번에는 왠지 날빌을 쓰고 싶었다. 지난 프로리그에서 날빌에 당했으니 날빌로 갚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1, 2경기 중 한 경기는 이기고 3경기에서 4드론 저글링 러시를 할 생각이었다.

- 4드론 저글링 러시가 막혔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 두 번째 생산된 마린도 잡은 줄 알고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벙커에 들어가버렸다. 그래서 내가 불리하다고 생각했지만 한번의 타이밍은 더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테란이 심시티를 하고 나면 마음을 놓게 되는데 그 타이밍을 노렸다. 그게 잘 통한 것 같다.

- 결승에서 박명수와 대결하게 되는데
▲ 예전부터 경기를 많이 했던 상대고 평소에도 잘하는 선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승전에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저그전 결승을 하게 된 만큼 준비를 잘 해서 흥행 실패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좋은 경기 하고 싶다(웃음). 명수형도 잘 알고 있을 테니 완벽하게 준비해서 좋은 경기 했으면 좋겠다(웃음). 비록 저그전이지만 현장에 많이 오셔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 즐기셨으면 좋겠다.

- 골든 마우스에 대한 욕심이 날 것 같다.
▲ 오늘 경기에 임하면서 지더라도 골든 마우스는 다음 시즌에 타면 된다고 편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결승에 올라갔으니 남은 일주일 동안 예전에 첫 결승전을 준비하던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연습하겠다. 우승 타이틀과 함께 골든 마우스 꼭 차지하겠다.

- 꾸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원동력은
▲ 승부 근성인 것 같다. 지기 싫어하는 집념이 강해서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뤄도 지기 싫다는 마음이 나를 계속 달리게 해준다. ‘우승자가 지면 더더욱 안 된다’는 생각으로 다음 경기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 최근 본인의 플레이 성향이 많이 파악된 듯한 느낌이다.
▲ 다른 팀에서 나에 대한 분석과 연구 이후 경기에 임하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는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나를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면 나도 덩달아 더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가끔은 부담이 되지만 이런 부담을 이겨내야 진정한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원한 강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 본좌 후보라는 얘기를 무척 싫어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 역대 본좌였던 선배 게이머들을 보면 다들 대단한 우승 경력과 인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본좌 논쟁에 휩쓸리기 보다는 현역에게 은퇴 전까지 지금의 포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본좌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고 지금의 나는 게이머 인생의 마지막이 올 때까지 지금의 경기력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 최근 많이 피곤해 보인다.
▲ 사실 요즘은 조금 피곤한 것이 사실이다. 빨리 결승전을 마무리하고 좀 쉬고 싶다. 9월에는 푹 쉬어야겠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 결승전 이후 인터뷰를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스타리그 결승 진출로 인터뷰를 하게 돼서 기쁘다. 어제 패배는 아쉽지만 스타리그에서는 결승에 올라가서 다행이다. 그동안 날 걱정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 이번 결승에서 골든 마우스를 들어올리면서 내게는 슬럼프가 없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 결승전 이후 많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우리 팀을 무분별하게 비난하시는 분들이 있더라. 2차전에서 비록 내가 졌지만 우리 팀원들이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다. 우리 팀원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있을 수 없다. 이제는 화승은 ‘이제동 원맨팀’이라는 말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고, 다들 열심히 하는데 이번에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것뿐이니 다음 시즌 기대해주시기 바란다.
끝으로 휴가 기간에 집에 가지도 못하고 남아서 연습을 도와준 (김)경모형, (박)준오, (구)성훈이와 (손)주흥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연습을 도와준 다른 팀 선수들께도 감사 인사 전한다.